2004년 4월 9일(제135호)

4월이다. 벌써 목련이 피었다. 화사하게 핀 벚꽃도 벌써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좀더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애처롭다. 날짜는 아직도 저만치 걸려 있는데 독천 가는 벚꽃은 제 갈 길을 재촉하고 있으니 너무 비정할 뿐이다. 괜시리 바빠지는 마음, 행사를 준비하는 공무원뿐이겠는가. 우리 고장의 가장 큰 행사, 왕인문화축제의 성공은 고향을 사랑하는 영암인 모두의 소망이자 바램일 것이다. 성공을 빌 뿐이다. 어쨌든 4월은 피어나고, 바쁜 달이다. 요즘엔 그 바쁜 마음 이면에는 ‘선거’도 한몫하고 있다. 물론 정치판에 뛰어든 당사자들이야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유권자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이처럼 무엇엔가 쫓기는 듯 한 느낌은 산모가 아이를 기다리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과연 아들일 것인가, 딸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손발이 제대로 붙어있을까 등등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데 선거에 임하는 정치인은 언변도 좋아야 하지만 연기력이

뛰어나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요즘 벌어지는 갖가지 행태를 보면 씁쓸한 마음 지울 길이 없다. 각 당에서 간판격으로 내세우고 있는 여성 정치인들을 보면 더욱 가관이 아니다. “왜 저럴 수밖에 없을까. 평소에 좀 잘 하지···”

라는 자문을 해보면서 “역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자답을 내려본다. 지금 우리는 ‘신종 정치인’노무현의 등장으로 정치 지형도가 변하면서 ‘여인 천하’의 시대가 왔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 여인들을 간판으로 내세워 표밭을 누비는 선량후보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군홧발에 짓밟힌 광주는 이제 정치인들의 또다른 집합소로 변했다. 선거철을 맞아 명소로 돌변한 5·18국립묘지는 요즘 정치인들을 맞기에 분주하다. 그들이 보이는 참회의 눈물은 과연 어디쯤이 진실일까. 지하에서 그들을 맞는 5월 영령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김영삼 정부시절 IMF를 불러왔고 그것도 모자라 김대중 대통령 임기내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경제를 망쳐놨던 한나라당은 또 어떤가. 그런 그들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간판을 여성으로 바꾸더니 ‘경제를 살리겠다’며 서민들의 손을 잡고 한표를 부탁하는 가증스런 모습은 역겨움마저 안겨준다. 참여정부에서도 정치개혁과 경제살리기는 뒷전인 채 당리당략에 빠져 싸움질만 해대던 그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답시고 갖가지 공약을 내놓으며 사탕발림 하는 꼴이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이야 그렇다고 치자. 자신들의 사활이 걸린 만큼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마는 유권자인 우리 국민들은 또 어떤가. 결국 자격미달의 정치인이 득세하는 이면에는 우리 유권자들에게 더 큰 몬제가 있다. 지금까지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후진성을 면치 못한 우리의 정치행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를 방조한 것은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옥석을 가리지 못한 무분별한 투표행태가 지금과 같은 고통과 위기를 불러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유권자들의 철저한 단죄만이 그들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단죄행위는 바로 투표라는 절차다. 지역발전을 이끌고 국사를 논하는 중차대한 인물을 뽑는데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사쿠라가 피는 계절, 내년엔 ‘사쿠라 정치인’이 없는 4월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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