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동방의 등불 큰바위얼굴 이야기①
동이(東夷)와 월출산 구정봉 큰바위얼굴

2012년,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프로듀서 티에리 로로가 한국을 방문하고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Korean Music Mystery)’를 제작했다. 그는 15년 전부터 세계 3대 음악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실황 중계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을 맡아오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인 음악가들이 마치 산사태가 난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이 국제음악콩쿠르 결선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8년부터 16년 동안 한국인 378명이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고, 이 중 60명이 우승한 결과를 보면서 이 놀라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획한 것이다. 그는 “유럽인들은 한국인들로 인해 클래식 음악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뿐만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대중가요와 드라마, 영화, 음식, 의복, 한글까지 ‘한류(韓流)’라는 이름표를 달고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시대에 진입한 한국의 기업들과 다양한 전문분야의 한국인들이 세계의 흐름을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인류애를 가슴에 품은 한국인들은 지구촌 사람들의 가난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세계 곳곳에 나가 헌신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1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리아 드림을 안고 대한민국에 들어와 다문화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열강의 야욕과 힘겨루기에 휩쓸려 36년간 나라와 주권을 잃은 채 고통을 받다가 해방된 대한민국. 해방되자마자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온 나라가 폐허가 되어 일어설 길이 막막했던 한국인. 그러나 대한민국은 혈육과 국토가 두 동강이 난 아픔을 견디면서 국가의 민주화와 경제화를 동시에 이루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하여 이웃나라와 함께 지구촌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코리아드림·한류열풍


글로벌 경제 불황기를 맞아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제신용도가 상승한 신기한 나라 대한민국 그리고 한국인.
이와 같은 한국인의 수수께끼는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최근 대한민국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의 고대사가 복원되고 있다. 그동안 왜곡되거나 잘려나간 대한민국의 뿌리역사가 눈부신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뿌리는 동이민족(東夷民族)이다. 동이(東夷)는 동과 이가 합쳐진 말로서 동(東)은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빛, 탄생, 시작, 생명’을 의미하고, 이(夷)는 ‘큰 대(大)와 활 궁(弓)’이 결합한 글자로 ‘활을 잘 쏘는 신성한 민족’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이(東夷)는 ‘활을 사용하는 동쪽 민족, 동방에 살고 있는 어진 사람, 동방의 뿌리민족’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후한서(後漢書)에는 동이를 ‘어질고 살리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동이족은 우주의 가장 높은 곳에는 인격신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상제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하늘의 가르침을 받아 생활했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이념을 펼쳤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선조들은 하늘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도(道)의 정치를 실행했고, 고대 중원에서는 이러한 조선을 ‘군자의 나라(君子國)’라고 했다. 덕망이 높았던 공자(孔子)도 중원에서 도의 정치가 실행되지 않자 동이(東夷)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동이족은 안정된 덕치국가를 이루며 찬란한 문화를 창출했다. 한국고대문화의 뿌리는 발해연안문명을 형성한 홍산문화이다. 홍산문화는 중국 요령성 조양시 건평(建平)현과 능원(凌源)현의 접경지역에서 번창했던 ‘석기와 청동기를 섞어 사용한 BC 4,500~3,000년경의 문명’ 『桓壇古記(안경전 역주)』으로 황하문명보다 2,000~1,000년이 앞서있다. 이처럼 고대 동북아문명의 주체로 홍산문화를 일으킨 주인공이 동이족이다. 홍산문화는 1983년 우하량촌에서 고대 인류의 정신문화를 가능하게 한 세가지 요소인 돌무덤(塚), 신전(廟), 제단(壇)이 발굴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뿌리 깊은 동이문화는 중국의 고대문화형성에 영향을 끼쳤고, 이후에 일본의 고대문화형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류의 DNA도, 그 에너지도 동이문화에서 발원한 것이다.
큰바위얼굴의 등장은 동이의 등장이다. 역사 속에 숨어 있다가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동이와 월출산의 바위봉우리 속에 숨어 있다가 그 실체를 드러낸 큰바위얼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한 몸으로 소통하고 있다.      

9개의 우물·동이부족
고대 중국의 사서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는 동이(東夷)를 구환(九桓), 구이(九夷) 혹은 구려(九黎)라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고대신화에는 동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태양의 신이며 농업의 신이기도 한 염제신농이 처음 태어났을 때 주위의 땅에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아홉 개의 우물만이 그를 반겨 주었다. 아홉 개의 우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만일 어느 한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면 나머지 여덟 개의 우물도  함께 출렁거렸다.’
 여기에서 아홉 개의 우물이란 구이(九夷), 즉 동이 9족을 말하는 것이다. 신화에서 아홉 개의 우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그 중에서 하나의 우물만 길어 올려도 나머지 여덟 우물이 모두 출렁거린다고 하는 것은 동이 9족, 즉 구이 중에서 어느 한 종족이 공격이나 침략을 받으면 나머지 동이족들이 동시에 일어나 징벌하였던 것을 말한다, 이는 구이의 오랜 전통이었다. 구이는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형제지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아홉 개의 우물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實證 桓壇古記(이일봉 지음)』에서 

이와 같이 중국의 고대신화에는 한국인의 뿌리인 동이를 ‘아홉 개의 우물’ 곧 ‘구정(九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동이의 이름을 가진 월출산의 구정봉이 억겁 세월을 뚫고 장엄한 큰바위얼굴로 나타났다. 월출산 구정봉(九井峰)이 홀연히 세계 최대의 큰바위얼굴로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의 국운융성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바와 같이 21세기 세계무대에서 한국인들이 펼쳐갈 역할과 역량을 예고하고 있는 표징이다. 새로운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발현한 월출산 큰바위얼굴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홍보한다면 우리 고장 영암이 대한민국의 국력신장과 함께 장차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박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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