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변해야 산다 - 1. 영암왕인문화축제 현주소지난해 벚꽃개화 시기 어긋나 문화관광축제 탈락…인물축제 한계점 뚜렷

 

지난 4월 열렸던 왕인문화축제가 벚꽃 개화시기가 맞물리면서 많은 상춘객들이 몰렸다.

왕인문화축제는 백제의 오경박사라 불리우는 왕인박사라는 역사적 인물에서 스토리텔링을 따와 의미를 부여해 축제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다소 무겁고 현장에서 보는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프로그램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벚꽃이 만개할 시점에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벚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관광객 몰이에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상기후로 인해 벚꽃이 늦게 개화하는 바람에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실패했던 것이 이같은 결과로 나온 것이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해 축제추진위원장직을 맡았던 신태균 전 문화원장이 물러나고 현재 문화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한남씨가 위원장을 맡아 2013년도 영암왕인문화축제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2013년도 문화관광축제 탈락 후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기획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을 다시 재구성했다. 이 때문에 올해 축제 프로그램은 6개부문 56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지난해에 비해 10여개의 프로그램이 줄었다. 하지만 16개의 프로그램이 신설됐고 기존 프로그램 중에서도 21개 프로그램은 개선됐으며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은 과감하게 폐지했다. 또 김 위원장은 왕인이라는 인물축제에 걸맞게 학술세미나 대회로 개최했다.
이처럼 2013년도 왕인문화축제는 일부 프로그램 변화속에 개최됐다. 때마침 벚꽃이 활짝 피면서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6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축제장을 방문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타지역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은 변화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또 몇몇 관광객들은 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사실보다 영암이 벚꽃으로 유명해 방문했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 같은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실제 광주에서 방문한 한 관광객은 30분만에 축제장을 다 돌아보고 즐길거리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올해 왕인문화축제의 프로그램이 다수 바뀌기는 했지만 왕인박사가 도일하던 행렬을 재현하는 메가퍼레이드가 주가되는 것은 지난해와 변함이 없었다. 이처럼 변함이 없는 프로그램 때문에 한번 축제장을 방문하면 다시 재방문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먹을거리 문제이다. 축제장내부에 마련된 몇몇 음식부스를 제외하고는 축제장 주변에 특별한 먹을거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축제를 즐긴 관광객들 대부분이 목포, 강진, 나주 등지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체류형관광이 아니라 잠시 들렀다가는 관광이 주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몇 년째 최우수축제로 선정되고 있는 강진의 청자축제나 최근 물을 테마로 물축제와 토요시장을 연계해서 지역내에 많은 경제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장흥과 비교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 곡성 장미축제 등 전남도내에도 많은 축제들이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면서 경쟁체제가 이뤄져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벚꽃 개화시기만을 바라는 왕인문화축제가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축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정사실화 돼가고 있는 것이다.
영암읍의 한 주민은 “지역에 살면서 왕인문화축제가 열리면 놀러가곤 하지만 해마다 크게 바뀐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되풀이 되다보니 벚꽃이 개화하지 않으면 축제로서의 경쟁력이 하락하게 되는 것 같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인터뷰  김한남 영암문화원장

 

“인물축제 한계 뚜렷...의견수렴통해 극복할 터”

2013년 영암왕인문화축제를 이끌었던 김한남 문화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왕인문화축제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인물축제를 표방하고 있다보니 축제 주제가 다소 무겁고 식상한 점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단순히 먹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인물축제답게 프로그램을 마련하다보니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지난해에는 벚꽃 개화시기가 어긋나면서 결과적으로 축제흥행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비가 오는 날씨속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으면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며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축제에는 상설전시장을 대폭 확대해 볼거리를 제공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또 김 원장은 “축제추진위원, 군관계자와 올해 축제를 평가하고 나서 내년 축제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나갈 생각이다”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들이 참여하고 재밌는 축제로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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