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바이오가스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전북 임실 중금마을2008년부터 에너지자립 실천…마을 전체 에너지 절약 동참

 

임실 중금마을 앞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가로등과 에너지 자립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영광원전 5·6호기 가동 중단, 고리 원전 1호기 사고... 최근 들어 국내 전력 생산의 핵심이라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이다.

잇따라 원자력 발전소가 말썽을 일으키면서 겨울철 전력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은 불 보듯 뻔 한일이다. 영암도 이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난 여름처럼 전력과다사용으로 정전사고가 발생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전북 임실 중금마을은 이같은 고민에서 자유롭다. 전기에서부터 바이오가스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마을이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관한 지역신문 공동취재에 참여해 전북임실 중금마을을 찾았다. 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중금마을은 5년 전만 하더라도 치즈마을로 유명했다. 30여세대에 60~70대 노인층 주민들만 있던 마을에 에너지 자립바람이 불어닥친 것은 2008년 김정흠씨가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부터이다.

김 씨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자립 실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자전거발전기,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에너지 자립에 나섰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약 2~3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로소 에너지 자립의 첫걸음을 에너지 자원의 절약이라는 해답을 얻었다. 이에 중금마을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단열을 위한 집수리 사업에 나섰다.

한 관광객이 자전거 발전기를 체험하고 있다.


김정흠씨는 “바이오가스플랜트도,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도 절약의 일상화 없이는 몸에 맞지 않는 옷에 불과하고 큰 효과도 없다”며 “약 2~3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절약이 뒷받침 되어야만 에너지 자립과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절약이 최우선’

김씨는 취재진을 먼저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으로 데려갔다. 36가구에 85명이 사는 작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분리수거장에는 농약병, 농약봉지, 병뚜껑, 잡병류, 깡통, 플라스틱비닐류 등 12개의 수거함이 있었다. 수거함에는 마치 누가 정리라도 해놓듯 함 별로 재활용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김씨에 따르면 2008년 마을회의에서 분리수거 결정 이후 분리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빈병이나 폐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마을회관 공동경비로 사용하거나 열심히 참여한 집에 상을 주는 등 당근책이 이어졌다. 그 결과 주민들은 환경을 위한 노력이 돈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것이 에너지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이어 중금마을에서는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의제21’이 배출한 에코홈닥터들로부터 전문적인 에너지 효율개선교육과 조언을 받았다.

김씨가 주도한 에너지대책위원회는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의제21’이 배출한 에코홈닥터들로부터 전문적인 에너지효율 개선 교육과 조언을 받았다. 에코홈닥터는 집안 곳곳의 에너지 낭비를 열적외선 카메라 등을 동원해 진단하고 단열시공 처방을 내렸다. 집안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단열과 방풍을 위해 문풍지와 방풍실리콘 처리를 했다. 난방비가 확 줄었다.

다음 단계는 노후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위한 집수리였다. 마을 언덕 높은 곳에 있는 이순자(80) 할머니 집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2009년 꼼꼼한 진단을 거쳐 창문과 현관문을 단열제품으로 교체하고 벽면에 스티로폼과 합판을 덧댔다. 쉽게 말해 시골 주택 여건상 외풍으로 실내온도가 빠져나가는 것을 줄여 난방효과를 높인 것이다.

마을내 개인주택에도 태양열 발전기가 설치돼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다.


‘마을에 맞는 에너지원 도입’

다음은 에너지원을 마을에 도입하는 것이었다. 설치 가격이 비싼 탓에 심사숙고를 했다. 마을의 여건과 맞는 에너지원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 결과 지열과 풍력은 제외시켰다. 이에 중금마을은 2010년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그린비리지에 신청해 월 350kWh이상 사용하는 10가구와 마을회관 등 총 3㎾급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중금마을은 에너지 자립의 실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원순환과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한 중금마을 내년 중 5t 규모의 바이오가스플랜트 도입계획을 세우고 녹색마을 시범단지 신청을 검토 중이다.

특히 돈분 3t과 음식물 쓰레기 2t을 함께 사용해 메탄가스 발생량을 극대화하면 160가구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가구당 월 3만원의 전기료 절감분과 생산되는 액체비료값의 절반씩을 거둬 월 500만원으로 2∼3명을 고용하면서 발전설비를 관리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흠씨는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알고 정부 주도로 엄청난 돈을 투자해 사업을 하는데도 마을 이장이 자살하고 주민 갈등이 왜 생겨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현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사업을 해야만 비로소 민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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