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의 대한민국. 이대로 가면 재앙은 불 보듯 뻔하다. 온난화 탓에 이미 충남 태안의 백화산 계곡에는 더 이상 얼음이 얼지 않는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영암신문에서는 지난 13일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에서 실시한 ‘녹색미래: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주제로 교육에 동참해 에네지 자립도를 실천하고 있는 녹색 에너지의 현장을 찾아 생활 속 실천 요령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전북 부안 등용마을의 시민발전소에서는 계량기가 거꾸로 돈다.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계량기가 거꾸로 돌까. 비밀은 바로 태양광발전소에 있다. 마을 곳곳에서는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마을 공동식당, 마을회관, 각 가정에 이르기 까지 등용마을에서 태양광 발전기 찾기는 손 쉬울 정도이다. 이같이 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발전기를 생산되는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 축전되는 것이다. 여기에 남는 전기는 전기공급사인 한국전력에 되판다.

에너지 자립을 꿈꾸며 7년째 ‘착한 전기’를 생산하는 부안시민발전소의 역사는 부안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서 시작한다. 이 소장은 2003년 격렬했던 부안투쟁은 “인구 7만도 안 되는 평범한 시골주민들이 1년이 넘는 촛불집회와 등교 거부 등 2년 여 동안 반대투쟁으로, 300여 명이 사법 처벌을 받고 500여 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상흔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치르고 싸움이 끝난 후 ‘부안시민발전소’를 만들었다. 원자력발전소에 100%에 의존하는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 지역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을 주민들이 시도한 것이다.

이현민(45) 발전소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 각국의 원전정책은 축소 또는 폐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원전을 늘리는데 혈안이 돼 있다”며 “원자력이 국내 전력생산의 핵심인 원전 대신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우리 스스로 한번 준비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 7년째 맞은 등용마을은 완전 자립이 목표지만 전기 자급률은 70% 정도이다. 이렇게까지 자급률을 높이기까지는 이 소장의 무수한 노력이 숨어있다. 이 소장은 사업에 앞서 에너지 절감,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주민들에 대한 교육과 설득을 통해 주민의 참여를 높였고 초창기 사업의 핵심을 에너지 자립 50%의 핵심 중의 하나는 에너지 감축, 즉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초점을 뒀다.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멀티탭으로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시작이었다.

이어 이 소장은 전력소비량이 워낙 낮아 재생에너지에 동참하지 못한 주민들을 위한 낡은 집 보수사업에도 주력했다. 주택이 노후화 될 경우 외풍으로 인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유리창 등을 2중창으로 바꿔주며 외부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잡았다. 그 결과 꼭 재생에너지를 설치 주민이 아닌 마을 전체의 주민들이 에너지절약에 동참했고 관심 또한 크게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에너지절약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3~10㎾의 전지판 7기를 곳곳에 설치해 41㎾ 규모의 발전을 하는 규모에 이르렀다. 또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창고 건물 위에는 날개 지름 2.4m에 1㎾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됐다. 지하 150m에 박은 파이프 10개를 통해 지열을 뽑아 올려 사무실과 식당의 난방을 하고 있다. 목재 폐기물을 사료 형태로 가공한 펠릿을 연료로 쓰는 보일러도 설치했다. 지난해 4만 6223㎾h의 전력을 생산해 남는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수익금은 발전소에 투자한 주민들에게 2020년까지 분배하고 그 뒤에는 공동기금으로 쓴다. 물론 에너지 자립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지열은 과도한 전력사용량과 A/S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일 년에 두 번씩 A/S출장비만 30만원이 지출하는 문제까지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현민 소장은 이마저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비록 실패 아닌 실패를 겪었지만 지열은 1년에 10달 이상 사용하는 곳이나 다중시설에 설치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토대로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이 소장은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정부는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원자력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소장은 “한국은 이제 첫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면서 ‘태양광은 경제성이 없다’고 얘기해요. 당연히 정부가 의지가 없으니까 경제성도 없고, 지원이 없으니까 보급이 안 되는 거죠.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짓는 것에 다 투자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해 봤자 원자력발전 홍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등용마을의 에너지자립실천 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소장은 장기적으로 마을내 돼지축사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마을에서 활용할 계획으로 생태자원, 기술자원, 제도자원의 타당성 여부를 주민들과 함께 조사해 나갈 예정으로 70대의 노인들이 있는 등용마을의 미래가 더욱 관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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