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0여가구 거주...평택임씨 자자일촌

 

금정면소재지에 위치한 평택임씨 제각의 모습.
세흥마을 회관앞에 있는 200여년이 넘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우산각이 무더운 여름철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낮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들녘의 농민들의 표정엔 가뭄으로 근심이 가득해 보인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지난 25일 길을 나선 가운데 찾아간 곳은 금정면 용흥리 세흥마을.

금정면소재지 방면에서 아크로C.C. 골프장 방면으로 3㎞가량 달리다보면 우측에 돌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표지석에 세흥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석에서부터 500m가량을 차량으로 이동하자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와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정자와 오래돼 보이는 정자 2개가 나타났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느티나무는 200여년정도 된 느티나무로 군에서 관리하는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세흥마을이 다른 마을과 다른점은 무더운 여름날 마을주민들의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우산각이 2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년전에 지어진 오래된 우산각을 대신해서 10년전에 새로 신축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한때 100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으나 여느 다른 농촌마을처럼 현재는 50가구가 오순도순 모여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마을의 50가구중 40가구가 평택임씨일정도로 자자일촌 마을이다. 평택임씨는 세흥마을을 비롯해 인근지역의 안기, 옥포마을 등 3개 마을에 집중 분포돼 거주하고 있다.

 

세흥마을은 주민들 대부분이 논농사를 짓고 있어서 금정면의 여느마을보다 논을 쉽게 볼 수 있다.

영암문화원에서 발행한 영암의 땅이름 책자에 따르면 세흥(世興)마을은 용흥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마을 뒷산이 암소가 일어나서 밥을 먹는 형국이라 해서 주변에 역등(力嶝), 우족(牛足)걸, 쇠포리 까끔, 구시 굴, 쇠정이 들, 우적바위, 황두들이 있어 소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소가 일어난다는 뜻의 우리말과 한문이 섞인 쇠와 한문의 일어날 흥의 ‘쇠흥’으로 불렀으나 1912년도의 기록에서부터는 가늘세(細)자의 세흥(細興)으로 기록돼 있으며 최근에는 세흥(世興)으로 변동돼 있다. 일설에는 평택임씨 의지(義枝)라는 사람이 아버지 무령(茂岺)이 사화로 유배를 당하자 형제들이 헤어지면서 이곳에 정착해 대대로 세흥(世興)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책자의 설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을주민들은 소의 다리부근이라 하여 우족걸, 소가 여물을 먹는 곳이라 하여 구시굴 이란 지명이 아직도 불리고 있다고 한다.

또 세흥마을은 지난 1992년 마을정화조설치 사업을 통해 마을의 모든 가구에 정화조가 설치돼 있어 무더운 여름철에도 모기가 많지 않다. 다른 금정면의 마을들은 주민들 대부분이 대봉감 농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곳은 예전부터 논농사를 주로 지어오던 마을이다. 최근에 와서 주민들이 조금씩 대봉감 농사를 시작하고 있다.

평택임씨 자자일촌 마을답게 마을주민들 대부분이 한 가족처럼 오고가며 정답게 지내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농촌에서 가장 바쁜시기중 하나인 모내기철이 끝나는 음력 7월 15일이 되면 마을회관 앞 정자에 주민들은 스스로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모아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이런 잔치를 통해 마을주민들간의 화합을 다지고 힘든 농사일을 서로서로 위로해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평택임씨가 많은 마을답게 마을주민들은 음력 10월 15일이 되면 금정면소재지 인근에 위치한 평택임씨 제각에 모여 제를 지내고 한해동안 건강한 한해를 기원하고 있다.

 

마을에서 만난 사람-임영철씨 - “한가족처럼 생활하는 살기좋은 곳”

 

세흥마을 표지석을 살펴보다가 외출후 돌아온 마을주민 임영철(71)씨를 만났다. 임 씨는 낯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임 씨는 이 곳 세흥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면서까지 살고있는 일명 금정면 토박이이다.

임 씨는 “세흥마을은 평택임씨 후손들이 모여서 논농사를 지으며 정답게 살아가는 마을이다”며 “자자일촌 마을답게 주민들 모두가 한 가족처럼 오순도순 모여살며 한번도 소리높여 싸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임 씨는 “현재 나도 9900㎡(3천평) 가량의 논농사와 1만9천800㎡(6천평)가량의 밭에 대봉감을 심어 수확을 해오고 있다”며 “세흥마을은 여느마을과 달리 주민들이 감농사보다 논농사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임 씨는 “최근에 마을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마을내에 빈집이 많다”며 “다른 농촌마을들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주민들의 대부분이 고령으로 농사일손이 항상 부족해 어려움이 많은데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많아져 활기찬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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