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맞는 베트남 출신 누엔틴 끼우찐 주부....명절 준비 척척

시어머니와 직접 김치 담아 찾아오는 가족들 음식준비

베트남 출신 누엔틴 끼우찐씨가 시어머니 신옥자씨, 남편 나종식씨, 아들과 함께 한가위 명절을 위해 만든 김치를 들어보이면서 밝게 웃고 있다.
한가위는 민족의 최대 명절중의 하나이다. 예전 추수를 끝내고 맞이하는 한가위는 가족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풍족함의 상징이었다. 올해는 다소 이른 추석으로 풍족함을 누리기에는 부족하지만 고향을 찾는 친지들의 발길은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향을 멀리 떠나온 외국인 주부들의 경우 추석을 맞이하는 기분은 남다를 것이다. 고향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도 한국의 명절에 발맞춰가는 모습들은 이제는 한국인이라고 봐도 진배없다.
 
지난 5일 영암으로 시집와 4년째를 맞고 있는 누엔틴 끼우찐(37·덕진면 금강리) 씨의 집을 찾았다. 이날 끼우찐씨는 시어머니 신옥자(79)씨와 함께 명절 준비에 나섰다.

명절음식을 하기에는 다소 이른 날짜였지만 끼우찐씨가 준비한 음식은 다름 아닌 김치였다. 김치도 한가지 종류가 아니었다. 배추김치, 파김치, 열무김치까지 3가지종류의 김치를 담궜다. 이는 명절에 찾아오는 친지들을 위해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둔 것이다.
 
끼우찐씨가 남편 나종식(54)씨를 만난 것은 지난 2006년도. 도시에서 건축사업을 하던 나씨는 사업의 어려움으로 고향으로 돌아와야 했다. 가진 것도 없었고 정상적인 가정도 꾸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향에서 부모님을 도와 과수원을 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보려는 생각이었다.
 
이때 나씨는 목포 후배의 소개로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국제결혼도 쉽지 않았다. 끼우찐씨의 고향은 베트남 호츠민에서도 차량으로 4시간을 가야하는 컨터라는 오지였다.

이곳 출신인 끼우찐씨는 당시 맞선에 나온 친구를 따라왔다가 나씨와 결혼까지 한 이색적인 커플이다. 끼우찐씨는 베트남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들은 영암에서 새로운 삶을 갖게 됐다. 
 
영암에서 정착하면서 살아보려는 아들을 위해 나씨의 부모들은 낯선 한국으로 찾아온 끼우찐씨에게 지극한 보살핌으로 한 가족이 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전혀 생소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쉽지 않았다. 대화가 되지 않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2년간 부부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끼우찐씨는 고향이 그립다면서 임신 2개월째에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진한 향수병에 걸리기도 했다. 또 한국생활을 적응을 하지 못하면 가족들과 어울리기도 싫어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런 환경속에서 남편 나씨는 묵묵히 부인 끼우찐씨의 한국생활을 적극적으로 돕기에 나섰다.
 
나 씨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적응하기 힘들다"며 "무조건 나 한사람을 보고 한국으로 온 아내를 위해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끼우찐씨는 한국생활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 지난해 두달간 운전학원을 다니면서 그처럼 원하던 운전면허증도 땄다. 올해는 지난 7월부터 종합사회복지관을 다니면서 천연염색 옷을 만드는 일에 빠져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같은 처지에 있는 다문화가정도 만나면서 서로 이해하고 돕는 한국생활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추석이 다가오면 6남매의 맏며느리인 끼우찐씨는 시끌벅쩍한 명절을 맞게 된다. 가족들과 함께 명절음식을 만들과 직접 전을 부치는 끼우찐 씨는 정이 넘치는 살닿는 생활을 통해 이제는 완전한 한국인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끼우찐씨는 "한국의 명절이 되면 고향의 부모님이 더욱 생각이 난다"며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영암이 편하고 너무나 좋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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