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매년 추석, 7월초 벌초봉사 나서

틈틈히 잡초도 제거...사계절 깨끗한 분묘유지
틈틈히 잡초도 제거...사계절 깨끗한 분묘유지

신라시대 고분들이 모여 있는 경북 경주시나 마한시대 고분들이 집중된 영암 시종면 등에 가면 언제나 깨끗하게 단장된 고분들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고분들이 말끔히 단장된 것을 보면 고분들을 벌초하지 않아도 저렇게 깨끗한 것인지 궁금해 진다.
 
그러나 고분들은 일반 묘 보다 벌초를 한 번 더 한다. 일반 묘지들은 추석을 앞두고 한번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고분들은 7월 초쯤에 한 번 하고 추석 직전에 또 한 번을 한다. 그럼 고분의 벌초는 누가 할까.
 
지난 2일 오전 시종면 옥야리 상촌마을 뒤편에 있는 옥야고분 현장. 옥야리 고분은 3세기 후반에서 4세기 후반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분묘 28기가 산재해 있는 곳이다. 사람 키보다 높은 묘가 대부분이고 오른쪽에는 사람 서너명의 키를 합친 것 보다 더 높은 고분도 보인다.
 
고분 한편에서 한국농업경영인협 시종면협의회 회원들이 예취기를 짊어지고 막 벌초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날은 25명의 회원들이 고분 벌초를 위해 시간을 냈다. 예취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벌초는 우선 고분의 평지에 있는 잡풀을 베어 냈다. 이어 회원들이 묘지 둘레를 둥그렇게 감싸고 높은 묘지로 걸어 올라가면서 벌초를 하기 시작했다. 덩치 큰 고분은 회원들이 수차례 오르락 내리락 한 다음에야 깨끗한 봉을 드러냈다.
 
이날 벌초는 신연리 고분등 시종면에 산재해 있는 마한시대 고분 30여기를 하고 오후 늦게야 끝이 났다. 회원 30여명이 이틀에 걸친 작업의 결과였다. 만약 예초기가 없어 낫으로 벌초를 한다면 일주일은 소요될 것 같았다.
 
이렇듯 시종면 일대 마한시대 고분군은 시종농업경영인회 회원들이 맡고 있다. 벌써 10여년 째다. 비용은 군에서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신의 고장에 있는 문화재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어렸을적 야산으로만 알았던 곳이 고대국가의 분묘로 밝혀져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벌초를 하게 된 주민들은 늘 감회가 새롭다.
 
옥야리 고분 바로 옆 상촌마을이 고향인 박흥오(47) 회원은 "어렸을 적에는 나무와 잡풀이 무성한 고분에 눈이 쌓이면 썰매를 타곤 했다"며 "발굴이 이루어 진 후에야 유서깊은 고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종과 나주일대 고분군은 일제시대 도굴이 많이 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발굴돼 관리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김희오 회장은 "매년 두차례 벌초를 하면서 회원들의 지역 문화재 사랑도 커가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깨끗한 고분을 볼 수 있도록 틈틈이 잡풀제거 작업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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