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영암군농민회 정책실장 및 사무국장 ·한국지역자활협회 전남지부 대표실장 ·성화대 사회사업복지학과 겸임교수 ·영암군 지역사회복지 대표자협의회 부위원장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현)
요즘 언론에서는 앞만 보고 달려온 고달픈 세대, 700백만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우려를 한다. 베이비붐(Baby Boom)세대는 흔히 6.25전쟁 이후 1955~1963년생이며 현재 나이가 47 ~55세 정도 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가난해서 공부를 다 못했고, 자신의 한을 풀듯 자식들을 비싼 사교육비 들여 대학까지 가르치느라 영화나 스포츠 관람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 50% 정도는 노후에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정작 자신을 위한 준비는 없이 희생하는 세대이다.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가? 가난 속에서도 많은 자식들을 키우고 가르치며 남은 것은 골병뿐인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은 이제 70세 이상 고령의 노인이 되었다. 아무런 노후대책 없이 자식들에게만 의존해서 질병과 가난, 외로움과 소외감 속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당신들은 부모를 당연히 모시며 평생을 살아 왔는데 시대가 급변해서 자식들은 그 부모를 모시지 않는다. 어쩌면 자식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모들 스스로 자식에게 의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은 학교다 학원이다 새벽에 나갔다 밤늦게 오니 얼굴보기도 힘들다. 이런 자식 집에서 사는 것이 부담되고 불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배경에서 노인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생활하고, 자녀들에게는 부양부담을 덜며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이 2008년7월부터 시행되었다.

시행된 지 2년째를 맞이한 제도이지만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제도는 노인들의 경제력이나 부양자녀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노인들이 노인성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우면 요양등급을 받고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요양 3등급을 판정 받으면 매일 2~3 시간씩 주 6회 정도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고, 매월 11만원 정도를 (보험급여액의 15%) 자부담하면 나머지는 노인장기요양 보험료로 정부가 지급해 주는 것이다.

노인들은 노인성 질환으로 조금은 불편해도 자신들이 평생 살아온 집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사는 것이 노인들이 원하는 행복한 삶이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당위성과 의무감을 가지면서도 갈등한다. 자식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부모님의 수발을 맡겨야 한다는 죄책감에 요양서비스 받기를 망설이는 것이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효도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부모를 직접 모시며 부양하지 못하는 자식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노인장기요양제도를 활용하여 부모님이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을 방문하여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남이 아니다. 매일 방문하여 청소·빨래·식사 도움 등 온갖 수발을 해주며 자식 몫을 하니 효도하는 한명의 자식이 더 생기는 것이다.

가정방문 요양서비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의 만족도는 93.3%, 서비스를 요청한 보호자는 93.4%로 만족도가 높게 나오고 있다.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보다는 현실적으로 부모님이 원하는 행복한 생활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다.

물론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원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자주 찾아뵙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자식을 대신해서 효도하는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내 부모처럼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사회적인 대우를 높이고, 더 많은 노인들이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도록 사회복지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효도하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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