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식 ·시종면 출생(65) ·한양대학교 법정대 졸업 ·국가공무원 퇴직 ·재부산 호남향우회 상임의장 ·15대 김대중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특보 역임 ·아태평화재단 부산경남지부장 역임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과정 졸업 ·민주평통 동래구 부회장 ·부산광역시 재향군인회 직능대표 회장(현) ·태구종합건설(주) 대표회장(현)
요즘은 한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을 지칭하는 용어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산스크리트어 구루(GURU)는 크고 위대하며 뛰어난 정신적 스승이라는 뜻이다. ‘구루’가 많은 사회일수록 살맛이 난다. 일상에 지친 범인(凡人)들은 일면식도 없을망정 그들의 존재만으로 위안과 힘을 얻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 구루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던 두 분의 근황이 봄소식과 함께 전해온다.

얼마전 법정(法頂)스님이 육신을 벗어버리고 입적(入寂)했다. 수행자에게는 삶과 죽음이 깃털처럼 가벼운 법이지만,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또 한 분의 구루를 떠나보낸 것 같아 안타깝다. 세속(世俗)의 나이로 올해 일흔여덟. 스님은 1954년 출가 이후 한때 민주화 운동에도 나서는 등 세상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1992년부터 절 집마저 떨치고 아무에게도 거처를 알리지 않은 채 홀로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은둔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스님은 중생을 외면하지도 현실과 단절 하지도 않았다. 산중 생활 중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피안처가 되어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절대 진화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글의 두 촉을 이루고 있다는 서평처럼 자신의 깨달음을 여러 권의 수상집(隨想集)과 때때로 열린 법회를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스님의 명정한 글, 말씀, 법문은 봄 햇살처럼 따사롭고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상쾌했었다.

매화는 반개(半開)했을 때, 벚꽃은 만개(滿開)했을 때, 복사꽃은 멀리서 봤을 때, 배꽃은 가까이서 봤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인간사도 서로 멀리 두고 그리워하거나 회포를 풀어야 할 때가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다. 누가 심고 가꾸지 않아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식물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 지난봄 서울 길상사법회 때 남긴 스님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또 일주일 중 일요일을 제외한 6일을 대학 연구실에서 먹고 자고 강의할 때 이외에는 학문에만 전념하는 이른바 입실수도(入室修度)로 유명한 성균관대학 권철신 교수가 정년퇴임했다고 한다. 무려 24년 동안이나 이어진 입실수도 역시 종지부를 찍었다. 권교수는 3시간 강의를 위해 9시간을 준비하는 3배수의 법칙을 고집했다.

방학 동안에는 4주간 오전8시부터 자정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에 매달리는 지옥 세미나를 열어 제자들을 훈련시켰다. 권교수가 그동안 길러낸 박사와 석사만 158명에 이르고 기업체에서는 그의 제자라면 무조건 데려갈 정도라고 한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는 늘 1위였고 연구를 위해 안식년조차 반납했다.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은 사재를 털어 등록금을 지원할 만큼 후진양성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국내 개발공학 박사1호이며 한국교육대상을 수상한 원로학자의 교육에 대한 철학, 신념과 행동은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고 요즘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교육청 비리를 접하면 반비례가가 된다.

중국 북송(北宋)의 정치가 사마광(司馬光)은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법정스님이나 권교수는 그야말로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에 가깝다. 본인도 소년시절 신두천 초등학교 스승(전남유도회장)을 잘 만나 기억이 새롭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참스승, 구루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이 봄 법정스님의 입적과 권철신교수의 은퇴는 더욱 아쉽다. 스님의 극락왕생과 노교수의 평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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