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영암군농민회 정책실장 및 사무국장 ·한국지역자활협회 전남지부 대표실장 ·동아인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영암군 지역사회복지 대표자협의회 부위원장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현)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 중 노인(65세 이상) 비중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농촌지역은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넘어 가고 있으니 초고령화 사회가 된지 오래이며, 더구나 50% 이상 노인농민들이 영농에 종사하고 있어 농업노동력의 고령화 또한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어 왔으나 그에 따른 대책은 단편적이고 위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까지도 농업의 자립도나 농민의 저소득, 보장 없는 노후, 질병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 농촌현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노인들의 소득보장, 건강유지, 여가문화 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노인들이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적극적인 복지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통 노인들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4대 고통은 질병, 가난, 소외감, 역할상실이다. 영암지역의 노인 욕구조사(2007년)에서도 노인들의 가장 큰 고통은 질병(51%), 가난(20%)이 압도적이며 기타 외로움 순으로 나타났다. 고된 농사일로 골병이 들어 몸이 아픈 것이 가장 힘들다고 대답하였고, 그 다음으로 소득이 없는 가난의 문제를 꼽고 있다.

외로움이나 역할상실에 의한 고통은 높게 나오지 않는데, 이는 농촌지역의 공동체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생을 농촌에서 살아온 노인들이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로는 첫 번째가 아픈 몸을 치료하는 질병치료(25%)이며, 건강할 때까지 일하면서 생활비도 버는 경제적인 독립(18%), 다음으로는 여행(17%)과 휴식(16%)등 순으로 나타났다. ‘일하고 싶다’는 농촌노인들의 욕구는 높지만 농사일은 힘들어서, 적당한 일거리가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등의 이유로 노는 노인들이 늘어났다. 그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어 사회적인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일하지 않고 노는 곳이 지상낙원일 줄 알았더니 지옥이더라”라는 일화처럼 일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삶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요즘 노인일자리 대책은 공익형, 복지형, 교육형으로 분류하여 1일 4시간 정도 일하면 월 20만원을 지원한다. 농촌에서도 다양한 시도로 성과를 내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평생 해오던 농업과 노인농민들이 분리되어 간다는 점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노인농민들의 건강유지, 경제적인 독립, 여가생활 등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소농’ 육성책을 도입했으면 한다. 기업화, 기계화된 농업, 세계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 하에서 노인농민들의 역할은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으며, 농민의 반을 차지하는 노인농민들은 급속하게 노후보장 없는 실업자가 된다. 노인들이 평생 해오던 농업경영을 이양하면 보조금을 주지만 영농을 지속하게 하는 지원책은 왜 없는 것인가?

일하고 싶은 노인들의 일자리를 농업과 농촌공동체에서 찾았으면 한다. 예를 들면 고품질 유기농산물, 송아지·유정란 생산, 약초, 잡곡 등 지역특산품 생산에 다양한 형태의 소농을 육성하고, 노인일자리 지원과 소득을 보장하는 통합적인 노인복지 차원에서 ‘노인복지 지원 기구’가 있어야 한다. 기계화, 전문화, 기술지도, 유통판매 등 노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는 영농대행, 노인일손 지원 등의 형태로 정부가 상시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일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자녀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생활, 서로 의지하며 사는 농촌공동체, 이러한 농촌환경이 농촌노인들의 행복조건이며 노인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

노인들의 행복은 무기력한 삶의 연장이 아니라 사회에서 존경받고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담당하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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