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농사를 많이 지어도 남는 게 없는 ‘농촌’
학생들로 북적이던 마을 앞 학교, 폐교로 ‘썰렁’


   #큰 하천이 있어 대내
▲ 대내마을로 불렸던 대신리2구 표지석(사진 왼쪽)과 운중반월의 명당터로 알려진 월등마을 전경.
대신 삼거리에서 800m쯤 가면 오른쪽으로 대내마을길이 나온다. 입구에는 ‘대신리 2구’의 표지석이 서 있다. 이 표지석은 강복수의 자(子) 강진석이 기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길로 200여m를 가면 대신리2구 마을회관이 나온다. 대내마을은 30여가구가 살고 있는데 신복촌마을과 이어져 있다.

활성산의 여러 골짜기에서 장암마을을 가로질러 흘러내리는 물이 마을 앞을 지나는데, 하천 폭이 무려 10여m에 이른다. 그래서 대야천(大野川)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한문과 우리말의 합성어로 큰 대의 ‘大’와 내 천의 ‘내’를 써서 ‘대내’라고 부른다.

신복촌 마을회관 쪽에서 하천길을 따라 300여m쯤 가도 대신리2구 마을회관이 나온다. 회관 앞 하천가에는 수령이 수백년 된 고목나무 2그루가 세월의 풍파에 시달려 냇가를 향해 꼬부라져 있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들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온다. 나무 밑에는 평상이 놓여 있다.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신다. 나주에서 시집온 최씨 할머니와 고향은 장흥 대덕인데 서울에서 살다 남편 따라 온 김씨 할머니. 최씨 할머니는 “당뇨도 생기고 여기 저기 아파서 병원신세도 많이 지고 있어라. 늙고 병들어서 쓸모없는 몸이 되었다요.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여기저기가 아프요. 이제는 농삿일도 못하고···”라며 일을 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한다. 논농사를 많이 짓는다(160여마지기)는 김씨는 “아무리 농사를 많이 지어도 남는 것이 별로 없어라. 이번에 기계 수리비만 500만원이 넘게 들어갔소. 인건비도 만만찮고, 면세유도 제대로 구입할 수 없어 직접 현찰을 주고 사야되라. 거기다 기름 값으로만 1천만원이 넘게 들어갔소”라며 한숨을 쉰다.


   #운중반월의 월등마을
대내길에서 200m 위쪽 장암입구 주위마을이 월등이다. 이 마을은 19가구가 살고 있다. 150여m를 지나서 왼쪽에는 ‘영암농협 농산물가공공장’이 서 있다. 100m가량을 더 가면 오른편으로 ‘월등마을회관’이 있다. 이 회관에서 다시 50여m를 가면 왼쪽으로 (구)영암동초등학교 터가 있다. 계속가면 장암마을이고 오른쪽 하천길을 따라 내려가면 대내, 신복촌으로 연결된다.

마을회관 옆의 밭에서 아주머니가 김을 메고 있다. “깨를 심어 놓았는데, 이렇게 풀이 무성해졌네요. 일을 적당히 해야 하는데, 한 번 일손을 잡으면 끝날 때까지 계속하게 되네요”라며 웃는다. 아주머니는 “영암농협 농산물가공공장에서는 결명자, 보리, 옥수수 등을 가공하여 제품을 만들어요. 농협 차가 곡식(원료)를 부지런히 운반해 놓으면 이곳 마을주민들이 교대로 가서 일을 해요. 일거리가 없는 농촌에서 큰 부업거리가 되어 상당히 보탬이 된다요”라고 말한다.

약 350년 전 제주양씨 시조 양을나(梁乙那)의 14세손인 양후남(梁厚南)이 화순에서 와서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 그래서 지금도 이 동네에는 양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마을은 풍수지리상 운중반월(雲中半月)의 명당(明堂)터라 하여 월등(月登)이라 하였다. 대한교육보험을 창립한 신용호 회장의 조상을 이곳에 모시었는데,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6·25직후 이곳 월등마을에는 대신, 장암, 농덕, 학송리를 학구로 하여 영암북국민학교(영암동초등학교)가 설립되어 운영되었다. 그러나 학생수가 감소하여 1990년에 폐교되고 말았다. 이제 건물은 낡았고 주위에는 잡풀만이 무성하다. 운동장에는 테니스 코트가 설치되어 동호인의 운동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신리마을은 영암읍내의 농협마트 등에서 장을 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온 동네가 일반주택(농가 등)만 있고 가게는 한 군데도 없다. 동네 아주머니는 “공기도 맑고 도시처럼 시끄럽지가 않고 편안한데, 너무 조용하고 적적해요”라며 “문화시설 등이 갖추어져야 젊은사람들도 머물고 싶어 할 것 같아요”라고 농촌의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향해 간다고 하는데, 농촌경제의 문제 등 사회의 각 부문에 존재하는 격차(빈부격차, 지역격차, 계층격차 등)가 좁혀져서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될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영암읍 명예기자=최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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