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학교 육성에 민·관이 팔을 걷고 나섰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感)이 없진 않지만 뒤늦게나마 민과 관이 무릎을 맞대고 인구유출에 따른 타개책을 모색하고 나섰다니 퍽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명문학교 육성에 관한 논의가 분분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뜻있는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안의 절박성을 느끼면서도 모두들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해왔던 것이다. 지역 교육청은 말할 것도 없이 군 당국도 예외일 순 없었다. 관료적인 사고와 무사안일에 길들여진 탓도 한 몫 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영암을 탈출하기 위한 지역민들의 몸부림은 계속됐다. 먹고살기 위해 떠나는 부류도 많았지만 자식교육 때문에 고향을 등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몇 달전 영암교육청이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 위기감을 느낀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심정고백’ 형식으로 내밷은 말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오죽했으면 ···”이라는 심정적 동정론과 “그렇다고 대통령이···”라는 혹평이 교차했다. 그러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뭔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중앙 일간지에 도배되어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또 한때 내노라했던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는가 싶더니 언젠가 포승줄에 묶여 철창신세가 되는 악순환이 이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한쪽에선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경제를 마비시키는가 싶더니 요즘엔 교육계가 나라를 온통 들쑤셔 놓고 가닥을 못 잡고 있다. 여기에 참여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민주당은 신당
농협개혁을 둘러싼 중앙회와 지역농협간 갈등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띠면서 농협개혁이 또다시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전국 1천366개 지역농협을 900개로 합병하려던 방침을 세웠다가 노조 차원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자 지역조합의 참여 아래 자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한발짝 물러서 이같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물론 지역농협의 합병계획이 농협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시작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사실상 농협중앙회가 내놓은 지역농협 합병안도 그렇다. 일련의 과정에서 개혁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소나기는
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이 없었다면 지금쯤 이 나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5·18 민중항쟁 23주년을 맞으며 문득 이런 의문을 던져 본다. 5·18 민중항쟁은 깨어있는 민중이 민주사회 발전의 원동력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의 자주적인 통일, 그리고 평등 세상을 향한 사회진보 운동의 일대 전환점으로 자리잡았다. 5·18 민중항쟁은 당시에는 피의 진압으로 패배했지만 이후 전개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유신체제를 계승한 제5공화국 정권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증거가 되었고, 나아가서는 불법적인 무력으로 전권을 찬탈한 정치군부세력을 심판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선 민중의 자위적 무장 항쟁이 국민 저항권의 적극적 행사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5·18민중항쟁은
푸르름이 짙어가는 5월의 한복판. 벌써 5월도 중간쯤에 서 있다. 흔히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왜 하필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을까. 일년이면 열두달이 있고 봄·여름·가을··· 계절도 많은데 말이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그런데 모처럼 나가서 본 야외의 풍경은 그 의문이 금방 풀리는 것 같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면서 말이다. 산허리를 둘러싼 수목과 야생초들은 어느덧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 3~4월에 핀 꽃들은 벌써 사라지고 어느 사이엔가 땅의 수분과 기를 품어 세상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근래 짖궂은 봄장마가 지나간 뒷 모습은 한층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세파에 찌든 민초들도 자연의 그 왕성한 활동을 보면서 새로운 활력소를 얻는다. 열매를 맺기 위해 벌이는 나비와
전남 서남부지역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최근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해 마찰을 자주 빚게 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와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노조의 사장실 점거농성과 사측의 강경대처로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현대삼호중공업 사태는 장기불황에 휩싸인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포항에서 시작된 화물트럭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철강업체의 제품출하가 중단되면서 철판을 주재료로 하는 조선 산업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있어 문제우ㅢ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얼마 전 읍으로 승격한 삼호는 우리 영암 뿐만 아니라 전남도 차원에서 볼 때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대불 산단과 바로 인접한 삼호는 조선 산업의 메카로 천혜의 지리적
요즘 농협개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입버릇처럼 나오는 이 명제는 새로울 게 없지만 관심 밖으로 돌리기엔 농업·농촌의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국민의 정부가 막 출범할 당시에도 농협개혁은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산지에서 1백원하는 배추 한포기가 소비자에서 1천원을 웃도는 비합리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김대중 정부의 단호한 의지는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농협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사업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농협은 각 금융점포에까지 농산물 코너를 신설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은 어떠한가.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조합장 선거는 타락의 도를 넘어 신판 ‘매관매직’에 다름 아니다. “4억 쓰고 떨어지느니 6억 쓰고 당선되는
쓰레기 처리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영암군이 100억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조건으로 폐기물종합처리장 입지공모에 나섰지만 단 한군데도 신청한 마을이 없어 또다시 원점에서 재추진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그동안 쏟아온 행정력과 예산낭비는 고사하고 폐기물종합처리장 건설 사업이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영암군은 수년 내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쓰레기처리 문제는 비단 영암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시·군이 안고 있는 공통의 현안이다. 내 집앞 뜰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 탓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만 하더라도 폐기물종합처리장 설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던 지역의 가장 큰 현안사업이다. 벌써 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산강 간척지인 3-1지구 2공구 구역인 고마도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재상 이사(李斯)와 짜고 태자 부소(扶蘇)를 거짓 조서로 자살케 하고 호해(胡亥)를 황제 자리에 앉혔다. 그 뒤 조고는 이사도 죽여 버리고 황제와 다름없는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조고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스로 황제가 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신하들이 어떻게 나올지 그것이 걱정이었다. 이에 그들의 생각을 떠보기 위해 어느 날 2세 황제에게 “제가 아끼던 명마인데,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사슴을 진상했다. 2세 황제가 웃으며, “승상, 지금 농담하는 거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니, 농담이 지나치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조고는 눈을 부릅뜨고 여러 신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은 분명히 말이거늘
‘新호남소외론’을 경계한다.행정자치부는 지난 4일 오전 전남도청 기자실 팩시밀리를 통해 2쪽 분량의 ‘호남출신 소외인사 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전송했다. 이 자료는 최근 행자부 인사에서 호남지역 1·2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1급 승진대상자 3명이 이번 인사를 단행하기 전에 이미 승진됐으며, 2급(국장) 대상자는 4명이지만 1명은 향후 후속인사에서 고려할 대상이고, 나머지 3명은 타부서 전출이나 교육파견 상태여서 이번에 발령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자부는 또 이 자료를 통해 “국·과장급 후속인사 때 호남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자부가 최근 이곳 이방신문의 ‘新호남소외론’과 관련해 즉각적인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행자부
4월이다. 고을 곳곳에서 꽃 소식이 전해온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며 개나리꽃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어쨌든 4월은 심신이 한주 내내 지쳐 하루라도 집에서 쉬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집밖으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안겨주는 달이다. 그 화창한 4월 초입에 우리고장 영암에선 연중 가장 큰 행사가 있다. 이름 하여 왕인문화축제다. 올해도 구림 가는 길목엔 활짝 핀 벚꽃과 함께 축제무드가 최고조에 달아오르고 있다. 외지 손님들도 부쩍 눈에 띈다. 모든 사람들이 어디론가 내닫고 싶은 계절 4월에 갖는 왕인문화축제는 우리고장 영암으로서는 대회홍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그런 만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려야 한다. 우리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킨다면 그 또한 불경(不敬)일터
낙후의 대명사였던 전남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투자유치의 열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전남도의 투자설명회에서는 국내 LG석유화학과 외국 투자기업인 컨텍오파스 등 26개 기업이 물류·환경·소재·종자육종·발전설비·조선 등의 분야에 모두 1조 371억원(약 8억 6천달러) 의 투자를 약속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또 해양리조트 개발과 해양 생태관광지 조성, 섬휴양타운 건설 등 투자내용이 알려질 경우 부동산 투기가 우려돼 공개하기 어려운 6개 관광프로젝트에도 5개 업체에서 5천12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이밖에 그동안 투자유치 교섭과정에서 18개 기업이 7천719억원의 투자의사를 밝혀 상담액까지 포함하면 모두 2조3천90억원(약
미국-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 핵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정부는 급기야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종합대책 시행방안을 마련,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나름대로 고강도의 에너지절약 운동을 펴고 있다. 승용차 10부제 강제시행, 심야 영화관과 찜질방 사용시간제한, 승강기 격층운행제 등의 대책에서 보듯 심상치 않은 이상기류가 지금 국제사회에서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70년대와 80년대의 오일쇼크를 연상케 하는 이런 사태는 결국 없는 서민들만 고통 속에 몰아넣을 뿐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 나라에는 고유가가 경제의 최대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고삐 풀린 물가를 잡지 못하면 외환위기 이후 안정을 되
춘추시대 유가(儒家)의 비조(鼻祖)인 공자가 치국(治國)의 도를 유세(遊說)하기 위해 위(衛)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공문자(孔文子)가 대숙질(大叔疾)을 공격하기 위해 공자에게 상의하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사 지내는 일에 대해선 배운 일이 있습니다만, 전쟁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 자리를 물러 나온 공자는 제자에게 서둘러 수레에 말을 매라고 일렀다. 제자가 그 까닭을 묻자 공자는 “한시라도 빨리 위나라를 떠나야겠다”며 이렇게 대답했다.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양금택목:良衾擇木)고 했다. 마찬가질 신하가 되려면 마땅히 훌륭한 군주를 가려서 섬겨야 하느니라.” 이 말을 전해들은 공문자는 황급히 객사로 달려와 공자의 귀국을 만류했다. “나는 결코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고대 로마시대에 특권을 누렸던 귀족들이 그만큼 가져야 했던 ‘군역’이나 ‘세금’등의 의무를 뜻했다고 한다. 이제는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 많은 힘이 있는 자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베풀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상류층의 사명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류층에 과연 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수년전 IMF라는 수난을 당했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국난이었다. 그것을 야기했던 이들은 긴 세월 권력과 야합했던 재벌들과 무능한 엘리트 관료 집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국난을 극복하고자 몸부림쳤던 이들은 애절한 사연이 담긴 장롱 속의 금반지를 꺼내들어야 했던 서민들이었다
전남도내 읍·면 단위 농촌지역 고교들이 잇달아 신흥 명문고교로 부상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장성읍에 있는 장성고의 경우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4명, 연·고대 10명 등 서울 소재 대학에만 94명을 비롯, 전남대 62명, 조선대 74명, 전북대 38명, 광주교대 11명 등 졸업생 331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들 졸업생 모두는 3년전 입학할 때 그대로 단 1명의 중도탈락자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 또 6년째 전원 합격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담양군 청평면의 창평고 역시 올 입시에서 서울대 8명을 비롯, 수도권 소재 대학에 105명, 전국의 교육대학에 33명, 전남대 88명, 조선대 86명 등 졸업생 431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 학교도 4년째 전원합격이라는 전
영암군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폐기물종합처리장 설치계획이 사실상 전면 백지화됐다. 이는 김철호 군수가 “주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않겠다고” 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군수는 지난달 25일 가진 삼호면민과 대화의 자리에서 주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않겠다면서 대불산단내에 추진중인 종합폐기물처리장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말도록 쐐기를 박아버렸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석상에서 천명한 것이다. 김군수의 이날 발언으로 한때 험악한 분위기에 휩쌓였던 군민과 대화의 장이 다시 평온을 되찾고 무사히 행사를 마 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군수가 해마다 갖는 읍·면 연두순시에서 쓰레기장 설치문제로 경찰병력이 배치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군수의 전격적인 이날
“나부터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이랄 수 있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주창하며 한말이다. 그는 “21세기 우리기업이 살고 우리나라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처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전 사원의 의식개혁을 촉구,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삼성헌법 1조’ 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변화를 강조했던 그는 ‘인간미·도덕성·예의범절·에티켓’부터 갖추어야 한다고 일찍이 역설한 바 있다.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중국정부가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유지해온 종신 고용제를 폐지키로 한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3년동안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정인원 산출작업을 실시해 불필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은 해고하고 채용과 인사에서도 경쟁의 원리를 도입할 계획이
1970년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도시로 앞 다퉈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의 앞 세대들은 가난한 고향을 버리고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 우리는 이것을 이촌향도(移村向都)라 부른다. 불행하게도 이 얘기는 먼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예전에는 먹고 살기위해 농촌을 떠났지만 지금은 자녀교육 때문에 고생을 각오하고 도시로 떠나는 젊은이가 많다. 심지어 도시에서 이주하여 시골로 출퇴근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농민들의 희망은 스스로 고생을 하더라도 자녀들만은 교육을 제대로 받아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과거에는 농촌에 머물면서도 그러한 꿈이 실현되었으나 지금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농촌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나마
한해가 물러가고 새해가 다가온 지 벌써 보름째. 해마다 나누는 정월 초 德談도 올해는 썰렁하게만 느껴진다. 그만큼 세상사는 일이 갈수록 어렵다는 반증일까. 올해도 직장마다 시무식을 갖고 새 다짐을 했다. 始務에 즈음해서 의식을 갖는 것은 약속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옛날에도 그랬었다. 우리나라의 임금님들은 天地日月을 향해 예배를 드렸다. 新穀祝年이라는 의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서 신하들로부터 賀禮를 받았다. 治者가 먼저 백성의 안녕을 빌고, 다시 人臣위에 군림한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사람마다, 또한 시대에 따라 元旦에다 붙이는 의미는 조금씩 다를 수가 있겠으나 따지고 보면 한가지 뜻으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름 아닌 ‘더 나아지는 세상’을 希求하는 다짐이다. 보다 사람답게 살아가자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