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 글피면 다시 그날이다. 전쟁이 평화를 짓밟은 날, 2002년 6월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였다. 생일을 맞아 의정부로 향하던 효순이와 미선이는 언덕길을 오르던 중이었다. 두 소녀 뒤로 주한 미 보병 2사단 44공병대대 소속 장갑차가 오고 있었다. 선두 안내 차량 1대, 병력 수송 장갑차, 그 뒤로 사고를 낸 장갑차, 일반 공병 궤도차량 3대, 후미 안내 차량 1대가 따라오던 중이었다. 맞은 편에서는 M2·3 브래들리 기갑 전투차량 5대도 오고 있었다. 당시 사고를 낸 장갑차의 폭은 3.
선거 후 스트레스 심하다선거가 끝난 후에 많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경험하는 불편과 불안을 흔히 선거 후 스트레스 혹은 선거 후 집단 트라우마라고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예상하지 못한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충격을 경험한 이후 정신적 불편감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치열했던 대선이 끝나고 우리 지역민도 텔레비전 뉴스를 보지 않고 정치 얘기는 하지도 않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 지방선거까지 과열되어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선거 후 모든 사람이 선거 스트레스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쯤의 일이다. 몇몇 기초단체장들이 지방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살포한 문제가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해서 뒤숭숭할 때였는데 여의도 정당판에서 잔뼈가 굵은 친구와 우연히 만났다. 그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대체 기초단체장이 얼마나 좋은 자리길래 수십억 원씩 돈을 써가면서 기를 쓰고 당선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물어봤다. 그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필자를 바라보면서 "정치부 기자 헛 했구먼"이라고 면박을 줬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도시를 제외한 농어촌 지역 시
자연을 벗삼아 아름다운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배우고 체험하면서 걷는것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고 상큼하게 해준다.제주도 둘레길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지방자치 단체들이 지역의 특성을 살려 각양각색의 둘레길을 조성하였다. 우리 고향 영암도 풍부한 관광자원과 문화유적 등을 감상하면서 빼어난 자연의 풍치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영암의 둘레길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필자는 그동안 코로나 장기화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동네에서만 맴돌던 일상에서 벗어나 체력증진을 위해 칠십 중반이 된 정 많은 옛고향 친구들 10여 명과 함께
1967년에 개봉된 이만희(1931~1975) 감독의 영화 ‘망각’은 한 정신과 의사의 진료 기록과 기억상실증 환자의 병상 일기로 전개된다. 지연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다시 병원으로 돌아간다. 담당 의사 신일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의사, 그녀는 환자다.’ 영화는 지연이 소중히 간직한 네 통의 편지를 찾아낸 신일이 그녀의 과거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녀의 과거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 중에서 몇 년 전 자살한 남자가 있었다. 신일은 그 남자의 일기장을 입수하여
귀농ㆍ귀촌 원하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다 영암지역으로 귀농ㆍ귀촌을 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월출산 등산 왔다가 산이 좋아서, 지역이 깨끗하고 맘에 들어 아무 연고도 없지만 영암에 정착했다는 사람,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사람 등 사연도 여러 가지다. '2021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를 보면, 도시민 응답자 41.4% 10명 중 4명이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고 한다. 귀농·귀촌 이유로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43.2%)'가 가장 많고, 이어서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
요즘 주요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 중에서 인공지능(AI)이 작성하는 기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경우 날씨와 지진 같은 자연현상에 대한 기사는 인간 기자가 아닌 AI가 쓴다. 기상청에서 온도와 습도, 예상 강수량, 지진파에 관한 데이터를 보내면 AI 기자가 실시간으로 이를 분석해서 글 기사로 써낸다. 인공신경망이 데이터에서 얻은 규칙을 토대로 기사 작성 능력을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문장은 더 깔끔해지고 기사는 단정해지게 마련이다. 인간 기자는 마지막 단계에 전체 기사의 흐름에 문제
우리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향해 살고 있는 선진국이 되었다. 전 국민이 문화생활을 하고 여가활동과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전국 유명 관광지가 북적이고 주말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로 가득하다가 최근 2~3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해진 상태이다. 특히 금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가 봄꽃 축제행사를 취소나 연기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우리 영암군에서도 매년 4월 초에 개최되었던 ‘왕인문화축제’를 월출산 국화축제와 더불어 금년에는 10월에 병행하여 열기로
코로나와 기후 위기가 불러온 삶의 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교육 부문은 특히 그렇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유네스코(UNESCO)가 발표한 한 보고서가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 교육을 ‘공동재(Common Good)’로 규정하고 있다. 그 근거로 교육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경험이고 그러므로 공동으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제시한다. 이는 얼핏 보면 ‘공공재(Pub
평등(平等)이 정의(正義)이고 공정(公正)이다대선 때 정의와 공정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정의·평등·공정 개념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영국 사회학자 브라이언 터너는 평등을 ‘모든 사람을 차별이 없이 동등하게 존중하거나 대우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옛날에는 가난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21세기에는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우리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서울 강남과 강북의 부동산 가격 차이, 서울과 지
필자가 사는 곳은 서울 용산이다. 초접전으로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새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문제로 인해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국방부 청사로부터 버스 한 정거장 거리다.왜 하필 용산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남산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면 쉽게 풀린다. 주말에 산책 삼아 남산을 종종 찾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용산 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리재와 청파동을 거쳐 한강에 이르는 지리적 형세가 용을 닮았다 해서 고려 시대부터 용산(龍山)으로 불렸다는데,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필자의 눈으로도 용의 등뼈가 힘차
필자는 1954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6,25동란으로 불타버린 면사무소 옆 구림국민학교에서 분교된 군서남국민학교가 신설되어 모정리에 터를 닦고 있었다. 입학식은 3월 모정리 광산김씨 문각(사권당) 마당에서 거행되었다. 신입생은 모정리, 양장리, 동호리 등 지남들녁 6개 마을 미취학자 모든 아이들이 대상이었다. 7세부터 전쟁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형 누나 등 서너살 차이가 있었지만 제한없이 함께 입학하여 50여 명으로 1학년 한 반을 편성했다. 교과서는 유네스코 후원으로 무상 받은 책인데 속벽지같은 얇은 회색종이에 인쇄되어 있어
아침에 눈을 떠보니 다용도실 바닥이 물로 흥건했다. 주방 생활하수가 다용도실 배수구로 역류한 것이다. 하기야 조짐은 욕실에서부터 왔었다. 이삼 주 전부터 배수가 시원찮았는데도 그러려니 했었다. 잠시 물이 고였다가도 한두 시간 지나면 빠졌으니 말이다. 당장 용변과 샤워가 절실한지라 세칭 ‘뚫어뻥’ 도구들로 응급조치를 취해 본다. 전과 달리 이번엔 통하지 않는다. 새삼스레 불민함을 탓하며 지인의 도움으로 설비기술자와 연락을 취했다. 그는 바빠서 오후 늦게나 방문할 수 있겠다 한다. 다급한 마음에 다른 일들을 모두 접고 그를 기다린다.
3.1절을 앞둔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한 야당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 유사시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참담한 발언을 했다. 기본적인 역사의식이 있는 것인가?‘대한민국의 악인 열전’이란 책이 있다. 저자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근현대사의 악인들, 악랄한 자들을 절대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역사적 악인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인, 경찰 출신이거나 적극적인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들인데 해방 후 좌우 대립과 전쟁의 혼란 속에서 당당하게 반공 애국자로 둔갑하여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거나 민중
정치와 외교의 무대에서 음식은 종종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정치인은 공식 오찬과 만찬에 내놓는 메뉴를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진정성을 담아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자신이 세운 원칙이나 규칙을 강제하기도 한다.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특별히 배달해온 평양냉면은 전자에 해당할 것이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김 위원장은 평양냉면을 통해 문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대결로 치닫던 남북관계를 화해·협력
오늘날 세계의 지도자였다고 인정받고 있는 두 사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과 전 독일 총리 메르켈에 관한 전기가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지성과 겸손을 겸비한 능력 있는 사람들이다. 그분들 덕분에 세계는 좀 더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바마는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메르켈은 유럽연합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매우 잘했다고 세계언론들이 극찬한 바 있다.필자는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7일 은퇴한 메르켈 총리에 관한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그녀의 궤적을 되새
그곳에 가보았다. 꽃피는 산골, 내가 다녔던 분교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준 ‘폐교’라는 이름의 공간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교문 어귀 옅어진 시냇물 소리가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를 지탱한 채 친구들의 이름을 호명해주고 있었다. 운동장 좌측 ‘반공관’(反共館)이었던 일제식 교사(校舍)가 철거된 자리에는 키 작은 족구장이 잡초들을 이불 삼아 한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족구장을 돌아 옛 관사 자리에 들어서니 사금파리와 옹기 조각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그 시절 살림살이를 추억시켜 준다. 햇살 좋은 날 앙증맞은
월급쟁이들에게 ‘수당을 받는다’라는 의미를 물으면 흔히 가족수당, 명절휴가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을 떠올린다. 수당은 공무원의 경우 근무연수에 따라 지급되는 정근수당, 부양가족이 있으면 가족수당, 자녀 학비 보조수당, 육아 휴직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육아휴직수당, 특수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특수업무수당, 위험한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위험근무수당 등등 다양하다. 이러한 수당은 개인이 직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기본급여 외에 따로 받는 보수이고 당연하게 받아야 하는 임금으로 월급에 포함된다. 우
사람에게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들, 놀이터 삼아 헤집고 다니던 야트막한 산과 들, 논밭 사이로 난 좁다란 두렁, 아지랑이와 함께 피어오르던 봄 들판의 쑥 냄새, 무릎께에서 찰랑거리던 시냇물과 한가로이 헤엄쳐 다니던 피라미떼, 대나무숲을 스치던 바람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중에서 고향 생각을 일깨우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가는 요소는 바로 음식이다. 한창 뜸이 들어가는 무쇠솥에서 피어오르던 김과 구수한 밥 냄새, 쿰쿰한 황석어젓과 토하젓, 호박과 두부를 숭덩숭덩 썰
내가 어린 시절 동지섣달이 되면 힘들었던 농사일을 끝마치고 온마을이 월동기에 접어든다. 부녀자들은 안방에서 길쌈(베틀에서 베 짜고 옷감 만드는 일)을 하고 남정네들은 사랑방에서 일손 모아 새끼꼬며 가마니를 짰다. 자급자족을 위해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신 어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노처녀 노총각들은 한 해가 저무는 섣달그믐을 넘기지 않으려고 이 마을 저 마을을 수소문해서 중매쟁이를 찾는다. 중매쟁이를 통해 가문, 인품, 궁합 등 정보를 주고받아 남녀 양가에서 혼담이 이루어지면 양가 부모님들이 신랑 신부의 선을 본다. 당사자들은